나의 소매물도 이야기

통영에서 몇일 머무르면서 소매물도를 다녀오리라 생각했다.
아주 옛날 남해안일대는 모조리 다 돌아다니면서 여행했는데 이 섬은 다녀오지 않았던것 같다.
내가 가는곳은 아니 가고 싶어하는곳은 특별히 유명한곳이라고 알려진곳 보다는 그저 내가 좋아하니까
좋아할수 있을것이라는 본능적인 생각이 나는곳, 바다와 산을 한꺼번에 볼수있는 단순한
그러나 나의 생을 엮어가는데 활력소가 될것같은 그런 예감이 드는곳을 가기원한다.



성수기가 지난탓에 하루에 두번밖에 배가 가지않는다는 선창가의 표파는 아가씨의 말에
아침 일찍 서둘러서 가야했다. 아침 7시라면 그렇게 늦은 시간도 아니련만 저녁 늦게까지
통영시내를
싸돌아다닌탓에 아침 5시 반에 일어나기로 시계를 맞쳐놓았는데 6시 반이나 되어서야 눈을 떳다.
아침밥도 그른채 허둥지둥 독한 커피한잔으로 걸어서도 충분히 갈수있는곳을 택시를 집어타고 부두에
도착 배를 타긴 탓는데 동행자들을 둘러보니 전부 먹을것을 가지고 있다.
여행갈때마다 사람들이 먹는것에만 몰두하는것이 싫어 내 여행가방속에는 먹는것 대신에 펜하나,
공책하나만 달랑 있는데...
소매물도에 도착하면 하나 사먹으면 될것이고 소요시간도 고작 1시간 반밖에 되지않는데 뭘...
그러나 이것이 잘못된 생각이였음은 배를 탄지 얼마지나지 않아서 터득하게 되었다.
날씨가 너무 더워 물도 있어야했고(배안에서 무엇을 서사 먹을수도 있었지만) 아침밥을 먹지않고
배를 탄것이 배멀미를 하는 동기가 되고말았다.
하늘도 뺑뺑돌고 작은 배가 풍기는 고약한 기름냄새가 나를 아주 죽일것만 같은 길고도 긴
1시간 반이 못견딜쯤이 되니 소매물도에 도착했단다.

아주 작은섬일것이라는 예상은 했지만 안내표지판 같은것도 별로 시원찮고 그냥 그동네 아저씨가
말하는길로 그리고 같이 배를 탓던 동행자 모두 아무소리없이 그냥 어디론가 올라가는통에
그들을 따라서 갈수밖에...



산이 제법 가파로웠지만 한번 그곳을 올라간뒤에는 이 섬을 등뒤로 두고 내려온다는것은 
마치 젓먹이 아이를 뒤로 두고 어디론가 가는 어머니의 심정같은것이라고나 할까.
돌아보고 또 돌아보면서
이섬을 내가슴속에 꼭 새겨두었다.
옛날 친정어머니가 딸 시집보낼때도 이렇게 섭섭했겠지.

웃으면서 시집가는 딸아이 보내면서 돌아서서 눈물흘리는 그런 친정어머니의 마음이랑
소매물도의 흰등대, 
바닷물 바닥아래 깔려있던 수많은 돌, 나르시스처럼 내얼굴이 비쳐보이는
푸르디 푸른물에 놀라
나도 그 물에 빠질까봐 한발자국 물러서서 쳐다봐야만 했던
그 푸른물을 뒤로두고 오는 내심정이
아마 그런것이였을것이다.
등대로 가는 계단을 내려갈때도 다리가 후들후들 떨렸지만 올라갈때는 더 더욱이나 후들거리는
다리로 간신히 올라와 슬슬 동네로 내려왔다.

내려오는 도중 물도사서 먹고 커피도 한잔마시고 나를 통영으로 데려다 줄 선착장으로
걸어내려오는데
왠 아주머니가 나에게 말을 부친다.
뭐라고 내게 말을 하는데 도대체 무슨 말씀이신지...

이섬의 사투리인가....
이 몹쓸사람, 그 아주머니가 벙어리인줄도 모른채 고개만 끄떡였다니...
그저 사람이 그리워서 아님 말을 하고싶어서, 자기를 알아주고 단 한마디의 말이라도 해주는
그런이가
그리워서 나에게 말을 건네는가보다 생각하고 하루종일 굶은 배에 선창장에서 펼쳐놓은
해산물의 유혹을
이겨낼수가 없어 만원짜리 회 한접시 시켰는데 옆을 보니 그 벙어리 아주머니도
회파는 아주머니였네.
아까 나를보고 뭐라고 하시던말씀이 내려와서 회 한접시 먹고가라고 한말인데
그걸 이해못했다니.

그 아주머니를 쳐다볼수조차 없었다. 나의 무지에 부끄러워서...





멍게, 전복, 소라등으로 푸짐한 회 한접시를 다 비울수없어 옆에 있던 아주머니들과 나누어 먹고

그 아주머니들이 싸들고 오신 떡도 한조각 얻어먹고 돌아서던 소매물도.
그 아주머니, 바닷물에 따가운 햇살에 시커멎게 탄 건장한 그아들, 아마 동네청년들은
다 자동차가 있고
명품이 즐비한 도시로 갔을텐데 엄마와 함께 해산물도 잡고
엄마 통역도 해주던 그총각

너무도 고맙게 보이던 그 아줌마의 아들을 뒤로두고 다시 통영으로 돌아왔다.
언젠가 다시 소매물도를 간다면 만원짜리 회가아닌 더 비싼 회를
꼭 시켜먹을것이라고 마음속 다짐하면서...


-----------------------------------  2008년 9월 소매물도여행기  -------------------------------------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아름다운 한국'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름다운 섬 보길도  (31) 2010.10.10
상사화가 반겨주던 해남 대흥사  (59) 2010.10.04
메밀꽃 필무렵, 이효석 문학관  (91) 2009.08.19
아직도 쟁쟁한 불영사의 종소리  (36) 2009.05.02
예술의도시 통영여행기  (26) 2009.03.24
소매물도  (10) 2009.02.02

0

Posted by femke


티스토리 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