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고도 가까운 인연

2008년 삼주동안의 여행을 마무리하면서 서울을 떠나기 몇일전 동대문시장을 둘러봤다.
출출하던 배를 쥐어잡고 동대문시장가  뒷골목의 어느 허름한 한식집에 저녁한끼 해소하러 가던날.

요새는 그럴싸한 레스토랑, 와인과 스테이크같은것을 먹을수있는 멋진 음식점도 많이 생겼지만
실지로 나는 그런곳에는 별로 흥미가 없다.
시큼시큼한 김치, 시골아낙내 냄새가 풍기는 된장찌개, 아삭아삭 씹는 깍뚜기 그리고 바다를
연상시키는 비릿한 한 조각의 생선 그런것을 더 애정을 느끼므로...


(동해안 어느바닷가에서)

신발벗고 어딘가 들어가는 문화권에서 태어나서, 성장했지만 신을 벗고 음식점에 들어가는것이
귀찮아서 어디 앉아서 먹을만한 식당은 없을까하고 이곳저곳 귀웃거리다 겉모양은 꽤 허름했지만
고등어구이를 먹을수있다는 메뉴판에 이끌려 이 음식점에 들어갔다.

손님도 별로없고 허름한 음식점, 그러나 마치 시집간 딸이 친정에 온것같이 친절하게 맞이해주시던
두 아주머니의 안내로 자리를 잡고 고등어구이를 시키는데 어쩐지 서투른 한국어가 귀에 들어왔다.
두명의 남자와 두명의 여자들이 술잔을 기울이며 무언가를 이야기하면서 사진을 찍고있었다.
친구들인가보다. 네명이 다같이 사진을 찍으면 좋을텐데...
"사진 찍어들일까요?"
좀 어리둥절하고 경계하는 눈초리로 날 쳐다보더니 사진을 찍어달라고 한다.
사진 몇장을 찍어주니 자기네들과 자리를 같이하면 어떻케느냐고 정중히 묻는다.

그들은 몇마디의 한국어를 할줄아는, 한국을 참으로 사랑하는 국제문화교류연구소의 초청으로
한국에서 지내면서 한국어도 공부하는 아시아권 나라에서 온 기자들.
캄보디아, 몽골, 필리핀 그리고 베트남의 국영방송에서 기자로 일하는 이웃나라의 사람들이였다.


(서울국립중앙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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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이슬 소주와 맥주잔을 주고 받으며 그들의 식민지시대의 이야기, 볼이 터질만하게 상추를
입속으로 밀어넣으며 주고받던 그들과의 대화, 베트남 하노이 국영방송에서 일한다는 앤이
집에 두고온 어린딸 걱정에 같이 모성애를 느끼기도하던 동대문 시장의 흐름한 음식점.
내년에 꼭 캄보디아를 방문하라는 캄보디아 방송기자 나릿트의 초청 아닌 초청을 받고 글썽거리던
앤의 등을 두드려주며 정이라는게 이런거구나, 이게 인연이고 우정인가보다 하고 생각하던 서울의 밤.






(두개의 상반된 얼굴을 가진 동대문의 어느거리)

삭막하다고만 말하고, 느껴지던 세상에 아직도 우리는 한잔의 술에, 한조각의 삼겹살속에
우리의 인연을 만나고 우정을 나눌수있다니...
이차, 삼차도 같이 하자는 네명의 젊은이들을 뒤로두고 다음날 나릿트의 요청으로 그들이
참석하는 국제문화교류심포지움에 참여하기로 손가락을 걸면서 돌아서던 동대문의 허름한 음식점.
한잔의 소주와 맺은 그들과의 우정.
이 우정으로 나의 서울에서의 밤은 더욱 풍성해진것 같았다.

- 2008년 한국여행기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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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femk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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