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젊은이가 사랑을
나누는 곳은 집, 한국은?
한국을 여행하면 모텔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호텔보다 가격이 싼 것이 그 첫 번째 이유겠지만
시설 면에서도 허름한 유럽 호텔보다 절대 뒤떨어
지지 않는 점이 내가 호텔보다 모텔을 찾는 이유다.
하기야 요즘은 모텔이용자도 예전과는 달라 모텔에
숙소를 정할 때 두근거렸던 예전과는 달리 이젠
당당히 모텔을 숙소로 정한다.
언젠가 네덜란드 여행 프로그램에서 일본의 러브호텔을
보여준 적이 있다. 유럽에서는 잘 볼 수 없는 이런 호텔을
보며 시청자들은 호기심에 한 번쯤 구경하고 싶은 곳이라는
생각을 했다. 지금은 아시아지역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이
러브호텔도 네덜란드나 벨기에 서너 개 생겼지만 이런 호텔을 찾는 고객 중 젊은 층은 없다.
우리나라 모텔에서 지내다 보면 만나는 손님 중 젊은 층이 많이 있음을 발견한다. 또한, 젊은
층이 모텔을 찾아오는 이유가 남녀 간의 사랑을 나누는 곳으로 많이 이용된다니 이곳을 찾는
한국 젊은이들을 보면서 이런 곳을 전혀 이용하지 않는 네덜란드 젊은이가 생각난다.
네덜란드 젊은이는 사랑도 할 줄 모르고 성에 대한 욕망도 전혀 없을까? 그렇지 않다. 그들도
세계 여느 젊은이처럼 성에 대한 욕망과 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있기를 원한다. 하나 이곳 젊은이
들은 굳이 어른들이나 사회에 눈을 피해 둘만의 공간을 마련할 필요가 없다. 그들에겐 그들의
행동을 이해받고 허용되는 집이 있으니. 네덜란드 젊은이에겐 모텔 대신 집이 있다. 부모로부터
성교육을 받고 자라는 청소년들이 사랑을 나누는 곳 역시 낯선 장소가 아닌 집이다. 그들에게
이보다 안전하고 보호받는 곳은 없다는 것이다.
모텔을 이용하는 한국의 젊은이에게도 이곳을 찾는 절박한 이유가 있으리라. 성교육이 제대로
되지 않은 우리나라에선 결혼 전 남녀 간 사랑을 나누는 일에 아직 익숙하지 않을 것이고 성이라면
아직도 쉬쉬하며 숨기는 부모가 대다수인 우리나라에서 젊은이가 갈 곳이 없다. 네덜란드 젊은이에게
집은 그들이 행하는 모든 일을 이해받고 허용되는 곳이지만 한국은 아니라는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다.
그런 면에서 어쩌면 네덜란드 젊은이들은 행복할지도 모르겠다.
부모나 사회로부터 숨겨야 할 일이 없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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