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잣집 아이도 하는 아르바이트.
연말이 다가오니 신문 돌리는 아이들이 소형 캘린더를
우체통에 넣어 두고 가네요. 새벽에 신문을 우체통에
넣어 두고 가는지라 아직 한 번도 얼굴은 본 적이 없지만
학생이 신문을 돌린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요. 신문 돌리는
일은 주로 학생이 하는 아르바이트이지요.
그 학생에게 “그동안 수고했다.”라는 말을 전할 수 없어
우체통에 “그동안 신문 돌리느라 수고했다.”라는 말과 함께
오후 시간이 있으면 잠깐 들려주면 좋겠다는 메모를 우체통에
붙여 놓았답니다. 연말에 신문이나 전단지 돌리는 아이들,
청소부 아저씨들에게 작은 선물을 마련하는 것 이곳에는 자주
일어나는 일입니다. 하여 일 년 동안 고생한 학생에게 작은
선물을 전하고 싶었지요. 정말 오후에 신문 돌리는 아이가
집으로 찾아왔더군요. 잠깐 들어오라는 말과 함께 아이를 보니
그 아이는 제 홈닥터의 둘째 아들이었어요. 의사, 부잣집
아들이라고 아르바이트하지 말라는 법도 없고 이곳에선 부잣집
아이건 가난한 집 아이건 모두 아르바이트를 하니 이상할 것은 없지만 조금 놀란 것은 사실입니다.
예전 홈닥터를 방문했을 때 아이들의 용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지요. 그때 홈닥터의
말로는 첫째 아들은 아르바이트로 스스로 용돈을 버는데 둘째 아들은 가정교육을 잘 못 했는지
도대체 아르바이트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고 했어요. 아들이 무척 게으르다며 제 아이들은
아르바이트를 하는지를 묻더군요. 그런 일을 알고 있었기에 조금 놀란 것입니다.
홈닥터 아들에게 “아르바이트 언제부터 하니?.”라고 물었지요.
아버지가 주시던 용돈마저 주시지 않고 형에게 물어보니 아르바이트로 자신의 용돈 정도는 버는 것이
좋다는 이야길 듣고 이 신문배달을 시작했다고 하더군요.
네덜란드 학생들은 대부분 아르바이트를 합니다. 초등학교 5,6학년이 되면 농가에 가서 파를 심는 일,
딸기나 사과 따는 일로 시작하여 중학생이 되면 신문배달, 전단지 돌리기, 마트에서 물품정리 같은
일을 하지요. 때로는 아르바이트로 번 돈보다 일하다 더럽혀진 옷 빨래가 더 힘들지만 네덜란드 부모는
더럽혀진 옷에 개의치 않아요. 중요한 사실은 아이가 무엇인가 한다는 것입니다. 노동의 가치, 돈에 대한
가치를 아이 스스로 깨닫게 하는 것이지요. 초등학생 때부터 시작되는 이곳 아이들의 아르바이트는
대학생활이 끝날 때까지 계속됩니다. 카페나 음식점에서 음식을 나르고 추운 겨울 재래시장에서 채소
파는 일도 마다치 않지요. 집이 가난한 학생들만 아르바이트하지는 않아요. 부잣집 아이들도 부모의
도움 없이 등록금 마련을 위해 혹은 여행비 마련을 위해 추워 발을 동동 구르며 재래시장에서 일을 합니다.
대학생 정도면 여행비는 스스로 벌어야 한다고 생각하지요. 또한, 부잣집 아이라 할지라도 직접 벌어서
등록금을 마련해야 하는 일도 자주 일어납니다. 그런 부모를 둔 아이들은 부모들을 야속하게 생각지도
않아요. 그것은 자기 부모의 교육방침이라고 생각하지요.
네덜란드는 아이들이 아르바이트하는 것이 정상이고 아르바이트하지 않는 학생을 이상하게 생각하는
나라인 것 같습니다. 적당한 나이에 아르바이트하지 않는 아이를 보고 독립심이 없다, 게으르다고
생각하지요. 그리하여 이곳에서는 아르바이트하는 자식을 둔 부모는 가정교육을 잘한 부모이며
아르바이트하지 않는 자식을 둔 부모는 가정교육을 잘 못한 부모가 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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