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그들은 이날 국기를 달까?
네덜란드는 우리 사회에서 자주 언급하는 애국심이나
국가에 대한 충성심 같은 것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그것에 대해 이야기 하지 않는다.
만일 내가 이곳 사람들에게 애국심에 대한 그들의 의견을
묻는다면 사람들은 오히려 애국심이 무엇이냐고 나에게
되물을 것이다.
이것은 서구사회의 개인주의를 말해주는 좋은 예가 아닌가
생각된다.
매년 이맘때가 되면 국가 공휴일, 정부기관에서나 볼 수 있는
국기가 걸려있는 집들을 거리에서 만난다.
이 국기를 보는 순간 사람들은
“저 집에 축하해줘야 할 일이 생겼네,
저 집 아이가 전국모의고사에 합격이 되었구나!”
하고 잠깐 미소를 머금기도 한다.
이날 집에 거는 국기는 국가 공휴일에 다는 국기와는 그 의미가 다른, 전국모의고사에 합격하여
졸업을 앞둔 졸업생의 희망을 표현하는 국기다.
책가방과 함께 걸려진 국기의 의미는
“졸업장에는 차별이 없다.”
라는 이 나라 교육평등과 나아가서는 사회평등 의미를 가진 국기다. 대학진학을 앞둔 고등학생,
중학교를 졸업하고 직업전문학교를 진학하는 졸업생 아니면 직업전선으로 뛸 졸업생 등 제각기
가는 길은 다르지만 모의고사에 합격한 학생들이 다는 국기에는 학력의 차이도 성적의 차이도
찾아볼 수 없다.
국가 공휴일에도 국기를 제대로 걸지 않는 이곳 사람들이 아이들이 시험에 합격했을 때 국기를
다는 이유가 무엇일까? 이것은 어떤 학교를 졸업하든 졸업장을 획득했다는 일에 더 자부심을
가지는 이 나라 사람들의 교육에 대한 사고방식에서 일어난 일이 아닐까?
비록 자식이 대학교에 가지 못하고 중학교를 졸업하고 직업학교에 갈지언정 이 국기를 다는 부모는
모의고사에 합격하여 졸업장을 획득한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자신의 아이에 대해 아주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우리나라와는 무척 다른 모습이다.
어느 학교에 가느냐,어느 학교를 졸업했느냐는 질문에 고통을 느끼는 우리나라 학생들과는 달리
이곳 학생들은 자신이 선택한 학교 그리하여 졸업할 수 있다는 사실에 무척 자부심을 가진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네덜란드에서는 우리나라에서 자주 논란이 되는 학력위조 사건도 잘 일어나지
않는다.
며칠 전부터 이웃집으로부터 초대 아닌 초대를 받았다. 수요일 자기 집에 국기가 걸린 것을 보면
저녁 파티에 참석하라고.
오후에 밖을 내다보니 국기와 함께 책가방, 공책 등이 걸려있었다. 펄럭이던 국기를 보면서 한동안
생각에 잠겨 들었다. 우리는 졸업을 하면 즐거워하는 일보다 진학 걱정, 취업 걱정을 먼저 하건만
이 나라 사람들은 진학 걱정보다는 그동안 학교를 다니느라 수고했다고 축하하기에 여념이 없다.
비록 다 찟어진 가방과 공책 등을 국기와 함께 달지만, 거리를 지나가는 사람들이 함께 축하해주는
이 나라의 평등교육을 상징하는 국기 달기 문화는 학력위주의 우리나라 교육과 무척 비교 되는
문화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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