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회상기
네덜란드 여성들은 자신이 직접 무엇을
만든다는 것에 대단한 긍지를 가지고
있다. 누군가의 집에 내놓은 케이크를
보고 직접 만들었느냐는 질문이 먼저고
자신이 만든 것은 수다스럽다고 할 만큼
타인에게 자랑하며 또한, 이 점 상당히
강조한다.
돌이켜보면 나는 한국에서 지내는 동안
여성이 하는 일, 그 당시 여성이 해야 하는 일에 대해 무척 혐오감을
가지고 있었다. 그건 내 세대에는 남녀가 하는 일이 철저하게 분리되어
있었고 그런 사상에 대한 반항심 같은 것이었다.
우리의 가정교육은 예절과 전통을 원칙으로 교육이 시작된다. 하지만
내가 본 네덜란드의 가정교육은 무척 현실적이다. 아들딸 구별 없이 청소,
부엌일 시키는 부모, 학업보다는 현실적인 일에 가정교육이 이루어진다.
다시 말하면 자녀가 독립해서 혼자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가정교육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나는 학교에 다닐 때나 집에서조차 여성이 해야 하는 일을 전혀 배우지
않았고 배우기를 거부했다. 지금도 한국가정에서는 공부가 제일이듯이
그 당시 우리 부모나 내가 해야 하는 일은 공부가 전부라고 믿었던 것
같다.
내가 유럽에서 본 여러 모습 중 인상 깊었던 것 중 하나가 이곳 여성들은
바느질과 뜨개질 못 하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학교 다닐 때 숙제로 내준
바느질마저 노모에게 맡겼던 나로서는 처음 유럽 여성의 바느질과 뜨개질
하는 모습이 이상하게만 느껴졌다. 유럽에선 내가 생각했던 여성만의 일이
이곳 여성들에 의해 아무런 거부감없이 행해진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자신의 손으로 무엇을 만든다는 것에 자부심을 품은 이곳 여성들을
지켜보면서 지금까지 내가 여성만의 일이라고 거부했던 일들이 잘못되었음을
알게 되었다. 이건 남녀평등의 문제가 아니라 무엇인가 손으로 직접 만드는
일에 대한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이 나라의 사회풍토였던 것이다.
물론 그 후 나도 네덜란드 여성에 질세라 열심히 바느질과 뜨개질을 배웠고
이곳 여성만큼 내가 만든 물건을 열심히 자랑하진 않지만, 주위 사람이 내
옷을 보고 직접 만들었느냐고 물으면 아주 당당하게 내가 만든 것이라고
말한다.
간혹 한국의 친척과 노모가 그런다. 무엇하러 바느질 같은 것 하느냐고. 사서
이용하는 것에 익숙한 사람들의 말이다. 자신의 손으로 직접 만드는 물건에
긍지를 가진 네덜란드인과는 다른 반응이다. 이와 같은 반응은 우리는 새것을
좋아하고 네덜란드인은 비록 남이 보기에는 어설픈 작품 같지만, 자신이 만든
것을 자랑으로 여기는 일종의 국민성의 차이가 아닌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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