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애 아들에게 제일 미안했던 날

 

며칠 전 큰아들 생일날이었다.
어느 날과 마찬가지로 새벽까지 컴퓨터 앞에
앉아 블로그를
하는 바람에 늦잠에서 깨어나
제일 먼저 한 일은 역시 컴퓨터를 켜는 일
.
완전 블로그 중독에
걸린 엄마의 모습이다.
토끼 눈같이 빨갛게 충혈된 눈으로 한 잔의 커피와
웹 서핑을 한 뒤
그날 할 일을 메모지에 적는 순간
내 눈에 보이던 달력에 그려진 빨간 마크
.
 

오늘이 무슨 날이지?”

약속이 있는 날인가?


하며 달력을 쳐다보는 순간 그날이 아들의 생일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

비록 성인이 된 아들이지만 아직 한 번도 아들 아니 가족의
생일을 잊어본 적이 없는데
블로그를 운영하면서부터 나도
모르게 가족에 대해 등한시하게 된 것 같다
.

헐레벌떡 문자를 보내고 문자만으로는 나의 미안함을 제대로 표시할 수 없어 다니는 회사로

전화를 걸어

“X야 생일 축하한다.”라고 말했더니

생일? 해마다 돌아오는 생일 대단할 것도 없는데.” 라고 말한다.




맞는 말이다. 해마다 돌아오는 생일 대단하다면 대단하고 별일 아니라고 생각하면 별일 아닌

날이지만 아들의 생일을 잊어버린 나는 엄마로서 부끄럽기 짝이 없는 날이 되어버렸다.

 

오랫동안의 외국 생활에 모국어를 사용할 기회가 거의 없었던 나에게 블로그는 사막의

오아시스와 같은 역할을 해주었지만 아들의 생일마저 잊어버린 채 블로그에 열중하는 내 모습은

내가 생각해도 도가 지나친 것 같다. 몇 달 전부터 혼자 생활하는 아들의 집에 카드와 꽃을 가져가

장식을 해놓고 돌아서면서 예전 내 생일을 위해 새벽부터 미역국을 끓이던 노모의 모습이 잠시

스쳐갔다.

만일 노모가 내 생일을 잊었다면 나는 노모에게 무슨 말을 했을까?

 

이곳에서 생활하면서 생일날 미역국은 끓이지 않지만 생일엔 가족들이 좋아하는 한국 음식을

즐기는 날이다. 유난히 삼겹살을 좋아하는 아들을 위해 삼겹살도 준비하고 저녁엔 푸짐한
생일상을 마련했지만 미안한 마음은 며칠을 지나도 사라지지 않는다.


 

생일을 잊어버려 미안하다는 나의 말에 오히려 나의 등을 두드리며


엄마, 블로그 운영하는 것도 좋지만 건강도 생각해야지.

취미가 지나치면 득보다는 해가 많을 것 같은데.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이렇게 말하는 아들에게 고개를 끄덕이고 아들의 말 또한 백번 옳은 줄도 알지만 이 글을 올리면서

나는 아마 오늘도 또다시 새벽이 되도록 컴퓨터에 앉아 있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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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femke

 

남편 생애 최고 비싼 선물 받던 날

 

예전 독일에서 생활할 때 일어난 일입니다. 아이들을 유치원에 보내고, 어딜 가기 위해
서두르는 남편에게  잠깐 시내 같이 가자고 말했다
.

며칠전에 멋진 양복을 봤는데 당신이 한번 보고 좋으면 사자고…,

원래 쇼핑을 좋아하지도 않지만,  양복이 많이 있는데 또 무슨 양복을 사느냐고 툴툴거리는
남편에게
;

 

지금 세일이라 가격도 아주 싸고 이런 옷 한 벌 마련해두면 오랫동안 입을 수 있어요.
이런 기회 자주 오지 않잖아요

라고 제법 애교스럽게 말한 것 같다. 지금 생각하면 어떻게 그때 그렇게 애교스럽게

이야기 할 수 있었나 싶을 정도로

 

별 탐탁하게 여기지 않던 남편과 나는 옷가게로 향했다. 사기 싫다는 남편에게 이 양복은
오늘 내가 당신에게 선물하는 것이고 오늘만큼은 내가 하고 싶은 데로
하자고 말했다.
마침 그날은 내 생일이었고 아마 나는 내가 사자고 하던 남편의  양복보다 더 멋진 생일
선물을 기대했는지도 모르겠다
.

아무튼 내 생일에 남편보다 내가 먼저 남편에게 선물 한다는 말에 남편도 조금 당황했던지
별다른 소리없이 양복 사기에 찬성했다
. 생일이라 오후 친구 초대도 있었던지라 남편은 먼저
가고 슈퍼에서 음료수와 손님 대접에 필요한 것을 산 뒤
시계를 보니 아이들을 데리러 유치원에
갈 시간이 다 된 것 같았다
. 마음은 급하고
차를 타면서 노래는 듣고 싶어 카세트 테이프를
찾느라 한 손으로 운전대를 잡고 다른 한 손으로는 글러브 박스를 여는 순간 갑자기
하는
소리가 들렸다
. 처음 이 소리를 듣는 순간 차 사고가 낫다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차 속력도
속력이지만 주차장이라



사진출처: drivervegas.com

설마 주차장에서 그것도 내가 탄 차에 사고가 났다고는 상상조차 못했다
.

근데 앞을 보니 어떤 아주머니가 탄 차가 서 있었다. 그때야 차 사고가 난 줄 알았다.

아주머니의 차는 괜찮았는데 내 차는 앞이 완전히 망가져 있었다.

그 뒷일은 보나 마나 뻔한 일.
다행히 둘 다 다친 곳은 없었고 차만 완전히 망가졌지만
하필이면 내 생일날 그것도 남편에게
양복 선물하는 날 차 사고라니


그 일이 일어난 후로부터 남편은 생일 때마다 당부한다.

오늘은 제발 운전 하지 마라.”라고…,

아직도 우리 집 옷장 속에 걸려 있는 내가 남편에게 선물한 양복.

양복을 볼 때마다 남편은 날 놀린다. 내 생애 이렇게 비싼 양복 선물 받기는 처음이고

너무 비싼 옷이라 입기조차 두렵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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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femke

 

네덜란드인들의 화장실에 무엇이 있을까?

 

 

이곳 주택에는 대부분 두개의 화장실이 있다. 집구조가 일층에 부엌, 응접실

그리고 주로 손님들이 사용하는 화장실과 이층 침실이 있는곳에 목욕탕과

화장실을 겸한 공간을 마련하는것이 일반적으로 만날수 있는 이곳 개인주택

구조다. 주택구조면에서는 다른 유럽의 주택과 별반 다를것이 없을것같다.

독일에서나 볼수있는 큰 규모의 주택은 잘 볼수없고 독일처럼 개인주택을

세를 놓고 사는 이도 무척 드물다. 이 말은 같은 집에 두 가정이 잘 생활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예전 출가한 딸이 친정어머니와 같이 생활하던 시절이나
대학도시라고 불리우는 몇개의 대도시를 제외하고는

이것은 아마 사생활을 중요시하는 이곳 사람들의 생활태도라고도 볼수있을것이다.
 



이런 이곳 사람들의 손님용 화장실에 자주 만날수 있는것이 생일 카렌더.
다른 나라와는 좀 특이한 이곳 사람들만의 일종의 화장실의 장식품.
왜 화장실에 이런 생일 카렌더를 두고 있는지 그 이유는 구구절절한것 같다.

자주  드나드는 화장실, 날마다 드다드는 이곳에서 이 생일 카렌더를  볼수있고
그리하여 생일을 잘 챙길수 있다는 이유로 이것을 걸어두고 있는것 같다
.

친구나 친척의 생일을 잊어버린다는것은 지극히 드물고 예의에 어긋나는 일이라

항상 이 생일 카렌더에는 친척, 친구 심지어 친구아이의 생일까지 기록되여있다.

그리고 이 카렌더에는 날짜만 기록되여져 있어 매년 새로운 생일 카렌더를 구입할
필요도 없다
. 거의 십년이상을 같은 생일 카렌더를 걸어놓고 있는 집들도 수두룩하다.

이런것을 잘모르는 이가 이곳의 화장실에서 달력을 만난다면 좀 이상하게

생각할것 같다.

내가 기억하고 있는 달력이라면 어린시절에 본 안방에 걸려있던 아주 큰 달력.

회사나 은행에서 더러는 달력을 선물로 받았던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이 달력이

무슨 유명한 작가의 작품이나 되는것처럼  유일하게 안방을 장식하기도 하고

한해가 지나가면 책꺼풀로 이용하거나 때로는 시골 할아버지 뒤간 화장지로

전락하기도 한것 같다. 사용하기조차 불편했던 달력. 

하기야 지푸라기와 비교한다면 이 달력도 고급화장지라고 생각했지만


더러는 귀차니즘으로 생일날에 친구나 친척들을 초대하지 않는 해가 있지만 꼭 전화로나
카드로 생일을 축하해주는 사람들
. 그들은 그들의 화장실에 걸려있는
이 생일 카렌더로
내 생일을 기억했을것이다
. 미리 약속을 하지 않으면 남의 집을
잘 방문하지 않고,
않아야 하는 땅에 살지만 나의 생일을 기억하고 불쑥 찾아오는 친구들도 더러는 있다.
예전 노모가 끓여주던 미역국은 내 생활에서 자주
볼수없지만 생일날 나를 잊지않고
꽃이나 와인을 들고 축하하러 오는 친구들을

위해 빵집을 달려가기도...


우리들의 생에 친구가 없다면 이것은 마치 꽃이 없는 정원이나 마찬가지라는 말.


아마 오늘도 많은 더치인들은 이 화장실을 드나들면서 누구의 생일이 다가오는지,

어디로 생일축하카드를 보내야 할지, 생일선물을 줄 사람이 있는지를 생각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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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femk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