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흐리드, 발칸의 예루살렘


암스테르담에서 새벽에 출발해 오흐리드 공항에 도착했다. 독일 항공을 지나 

마케도니아 오흐리드 공항까지 소요시간은 3시간 30분 정도. 공항에는 미리 

연락해둔 숙소 주인장 에밀이 나와 있었다. 공항에 도착한 나를 본 택시 기사

들이 어디를 가느냐며 나와 흥정을 원한다. 나를 태우고 오흐리드 시내로 갈 

사람이 있다며 손을 내저으니 실망한 눈치다. 마케도니아는 예전 우리나라

처럼 택시비가 매우 싸고(네덜란드에 비교하면) 이곳에서 택시이용은 다른 

나라의 대중교통과 비슷하다.


숙소에 도착한 나는 주인장 에밀 부인 마야와 인사를 나누며 오흐리드에 관해 

이야기했다. 나의 첫 마디가 오흐리드에는 365개의 정교회와 교회가 있었다고 

들었다. 너희는 하루에 한 번 그것도 날마다 다른 교회를 방문하며 일 년이라는 

세월을 보냈겠네!”라고 말하자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웃으면서 오흐리드를 공부

하고 왔느냐고 한다. 공부는 무슨. 그냥 오흐리드 정보를 찾다 보니 그런 이야기가 

있기에 말해 본 것뿐인데.


오흐리드가 발칸의 예루살렘이라는 것은 여행자에게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만큼 이곳엔 정교회와 수도원이 많다. 그리고 교회마다 새겨진 사연들도 

다양하다마케도니아는 정교회 신자가 약 65%이며 그다음이 모슬렘 그리고 

가톨릭 신자들이 거주하며 마케도니아인들은 신앙심도 아주 깊다. 마케도니아 

역사를 돌이켜보면 왜 이렇게 많은 교회와 수도원이 건축되었는지 알 수 

있지만 어쩌면 마케도니아인의 신앙심 또한, 많은 수의 교회와 관계있는 것은 

아닌지.


오흐리드 시 자체가 유적지다. 가는 곳마다 오래된 역사와 연결된 건축물이 

눈에 띈다언덕에 올라 호수와 멀리는 알바니아를 바라보며 발칸의 예루살렘

이라는 아름다운 오흐리드의 모습에 빠져본다.




성 소피아 교회(St. Sophia church)

마케도니아의 대표적인 종교 건축물이며 11세기 바실리카 식 교회가 있던 

자리에 지금의 교회를 건축했다고 알려진다.









성 요한 카네오 교회(St. John Kaneo church)

13세기 건축물로 오흐리드 언덕 위에 서 있는 교회는 알바니아 건축 영향을 

많이 받은 건물이다이 교회에서 바라보는 오흐리드의 전경은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여행자가 꼭 구경해야 하는 모습이다.








기원전 200년에 세워진 그리스 헬레니즘 시대의 연극장소.












12시쯤인가 상가를 걷다 보니 모스크가 눈에 들어왔다. 들어가니 사람들이 

이곳에서 예배를 올리고 간다. 그리고 이곳을 지키는 아저씨가 물 호스로 

바닥에 물을 뿌리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흔히 보는 그런 풍경. 만일 내가 대낮 

네덜란드에서 물 호스로 땅의 열기를 식힌다면 사람들은 날 물 낭비하는 사람

으로 손가락질하겠지. 그러나 이 광경은 우리와 너무나 닮은 모습에 물 낭비라는 

생각보다는 마치 고향 사람을 만난 것처럼 반가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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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나움(St. Naum) 스프링스, 생태관광 명소


오흐리드 호에서 배를 타고 약 1시간쯤 가면 성 나움(혹은 스베티 나움)

이라는 수도원이 있다. 작은 섬인 이곳엔 유명한 성 나움 수도원과 

스프링스라는 호수가 있다. 오흐리드 호도 그렇지만 스프링스 호에서는 

낚시, 수영 그리고 모터보트는 금지다. 그래서 오흐리드에는 생선요리가 

비싸 다들 오흐리드에서 가까운 알바니아로 생선요리를 먹으러 간다.


오흐리드 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수도원이 있는 곳에 도착했다. 한데 수도원의 

모습도 모습이지만 어딘지 모르게 눈에 익은 풍경이 내게 보인다. 마치 여름 

폭포 밑 물 흐르는 곳에 평상을 펴고 마실 것과 전을 파는 그런 풍경 말이다

이곳에서 전이나 막걸리를 팔 리는 없고 아무튼 수도원은 뒤로하고 그곳을 

먼저 간다. 내가 본 풍경은 평상은 물론 아니었고 호수 위의 음식점들이었다

아마도 그때 내가 우리나라 여름 계곡에서 자주 본 평상이 그리웠든지 아니면 

몹시 배가 고팠는지 둘 중 하나였을 것이다.


마케도니아인들은 자국의 자연, 음식, 생산품에 대단한 긍지를 가지고 있다

스프링스 호에서 만난 알렉스라는 청년도 마케도니아 정치, 정치인에 대한 

불만은 컸지만, 스프링스 호에 대해서는 엄청난 자부심을 품고 있었다. 30

분간 작은 보트를 타고 호수를 둘러보는 동안 그가 말하는 마케도니아의 

자연과 스프링스 호에 관한 이야기는 오랫동안 내 기억 속에 머무를 것이다

그와 보낸 30분이라는 짧은 시간이지만 스프링스 호는 내게 자연으로 돌아

가는 기회를 줬고 자연은 위대하다는 말만 건성으로 토해내는 우리가 부끄

러울 지경이었다. 자연은 우리에게 이런 큰 선물을 주는 대신 우리가 자연에 

되돌려 주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점을 생각하면 말이다.






















이탈리아에서 생물공학을 전공했으나 지금은 마케도니아 다른 청년들처럼 

전공과는 상관없이 여행 가이드로 일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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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도니아 여행기, 갈리치차 국립공원

이솝우화의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


오늘은 가이드와 함께 갈리치차 국립공원(Galicica National Park)을 간다

이곳은 해발 2,254m의 높은 산으로 유럽에서는 보기 드문 희귀한 동, 식물

들이 생존하는 곳으로 마케도니아를 찾는 사람들에게 인기 있는 국립공원

이다. 나는 산보다 바다를 좋아하고 또한 등산보다는 걷는 일에 익숙하다

따라서 내게 산을 오른다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오흐리드는 아직 관광 면으로 유럽 다른 여행지보다 덜 발달되었다. 그리

하여 순수함도 지니고 있지만 적당한 관광코스나 가이드를 찾는 게 쉽지 

않다. 수십 명이 같이 움직이는 여행도 싫지만 그렇다고 혼자 가이드와 

명소를 방문한다는 것도 사실 조금 부담스럽다. 경제적인 면에서. 오흐리드 

길을 산책하다 보니 갈리치자 국립공원에 대한 안내가 있었다. 삼 사명 

정도 같이 가면 좋을 텐데 내가 가고자 했던 날은 아무도 그 공원을 가지 

않는가보다. 하여 나는 혼자서 가이드 나디아와 함께 국립공원을 가야 

했다등산 경험도 별로 없고 등산화도 집에 두고 왔다고 했더니 나디아가 

웃으면서 말한다. 걱정하지 말라고. 내 템포에 맞춰 등산할 것이고 등산화는 

자기가 준비하겠다고.





다음 날 아침 9시가 조금 지난 뒤 나디아가 헐레벌떡하며 온다.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네덜란드 여행자는 시간관념이 철저한 줄 알고 미리 나왔는데 

내 숙소를 빨리 찾지 못해 조금 늦었단다. 그럴 수도 있지. 내 숙소가 호텔도 

아니고 이름도 별로 알려지지 않은 호스텔 비슷한 곳이었으니.


나디아는 대학을 졸업했으나 직장을 구하지 못해 등산 가이드로 일하고 

있었다. 마케도니아에서 만난 청년들 대부분이 나디아처럼 직장을 구하지 

못해 전공과는 다른 일을 하고 있었다. 산이 좋아 등산 가이드를 한다는 

나디아 그러나 철두철미한 직업의식을 가진 그녀는 헐떡이며 산을 오르는 

나를 한 번도 싫은 표정을 짓거나 서두르라는 말 한마디 하지 않고 묵묵히 

종일 내 동반자가 되어줬다.


헤어질 때 내가 그녀에게 물었다. 혹시 이솝의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를 

아느냐고. 웃으면서 내게 묻는다. 오늘 토끼가 되고 싶었냐 아니면 거북이가 

되고 싶었느냐고. 인생에서는 거북이가 되고 싶지만, 오늘은 어쩌면 토끼가 

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고. 그리곤 나디아에게 말했다. 오늘은 당신이 

이솝우화의 게으른 토끼가 아닌 아주 성실한 토끼였다고.




갈라치차 산밑까지 우리를 데려다 준 네덜란드에선 보기 드문 앤틱 자동차

메르세데스 벤츠나 BMW보다 더 멋지다고 했더니 아저씨가 웃는다. 이 

아저씨도 등산 가이드인데 오늘은 기사 일한다고 한다.




당나귀도 아무것이나 먹지 않는구나. 세 번 시도한 끝에 겨우 당나귀의 시선을 

끌게 한 잡초. 정원에 이런 잡초가 나면 우린 죽으라고 뽑는데 이게 당나귀의 

귀한 음식이었네.

























나디아와 나의 브런치. 12시가 조금 안 되었으니 브런치였지. 난 그저 물과 

바나나 그리고 뮤즐리바 몇 개 들고 왔는데 나디아는 마케도니아의 맛있는 

토마토네덜란드 소시지 빵과 비슷한 빵, 페타 치즈, 커피 그리고 알코올 

농도가 엄청 짙은 마케도니아 전통 술 라키야(Rakija)까지 준비해왔다. 한 잔 

마시면 난 뻗어 못 일어난다고 말하니 깔깔거리며 웃는다. 술도 한 잔 못 

마시느냐고아니 지금 시계가 몇 신데 벌써 술타령이냐고 했더니 마케도니아인은 

아침 식사 때 라키야를 마신다고 한다. 하기야 예전 네덜란드 할아버지들도 

그랬지. 그래서 사람 사는 곳은 같다고 하지.


나디아 말로는 이곳엔 세 종류의 뱀이 있단다. 하지만 물려도 목숨이 위태로울 

그런 뱀은 이곳에 없으니 걱정하지 말란다. 뱀 보면 걸음을 날 살리라고 도망칠 

텐데 이곳은 도망갈 곳도 없어. 전진 아니면 후퇴밖에 없어. 하지만 등산하는 

동안 단 한 마리의 뱀도 만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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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도니아 세계유산, 오흐리드[Ohrid]


오흐리드 지역과 오흐리드 호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곳이다

오흐리드 호가 있는 오흐리드 시는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인간 거주지 

중 하나라고도 한다. 하나 가장 오래된 인간의 거주지 중 하나인 이 

도시는 아직도 순수함을 잃지 않고 있는듯 하다. 순수한 마케도니아인의 

표정, 그들의 친절함은 오래된 곳이라기보다는 신세계 같은 느낌이 드는 

곳이다.


간혹 사람들은 오흐리드를 발칸반도의 진주라고도 하는 것 같다. 그리고 

오흐리드 시의 오흐리드 호를 보면 과연 이곳이 발칸반도의 진주라고 할

만하다고 생각된다. 물밑바닥까지 훤히 보이는 호수의 맑음은 아직은 때 

묻지 않은 순수함을 연상케 하고 거기다 생활의 모든 편리함을 잊은 듯 

아직도 우리의 할머니 할아버지와 같은 생활을 하는 이곳 사람들의 생활

방식을 보면 갑자기 고향 생각도 난다. 불편했지만 간혹 타임머신을 타고 

그 시절로 돌아가고픈 생각에.


노을 진 오흐리드 호수의 풍경은 향수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하고 여행자의 

설렘, 호기심 그리고 외로움이 함께 어우러져 한동안 호숫가를 서성이게 한다

그리고 내일에 대한 기대감으로 나를 설레게 한다.
























동전을 던지고 소원을 빌라고 하는군.



그 누군가가 동전을 던졌는지 이름들이 여기에 새겨져 있다. 그들의 소원은 

이루어졌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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