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네덜란드는 스승의 날이 없다. 어린이날이 없듯이. 일년내내 스승의 날이거나
어린이날이라고 생각해서 그런지 여기에는 특별히 그런 날을 정해놓고 있지 않다.
그러면 스승의 날이 없는 이곳은 스승에 대해 감사도 표시하지 않고 선물을 주지 않을까?
네덜란드 학부모, 학생들도 당연히 스승에게 선물을 한다. 선생님의 생일, 크리스마스, 한 학년을
마무리하는 종업식이 있을 때. 아이들이 모두 돈을 모아 선생님의 선물을 사거나 부모들이 손수
구운 과자, 카드 등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심지어 집 정원의 꽃 몇 송이로 선생님의 생일을
축하하는 일도 자주 일어난다.
이곳의 선물 문화가 비싼 선물보다는 실질적이고 정성을 더 중요하게 여기듯이 네덜란드 선물 문화
또한 우리와는 다르다. 우리나라에서 성행하는 촌지라는 뜻을 전혀 모르는 이곳 부모, 교사들은 비싼
돈으로 선생님을 위해 선물을 산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할뿐만 아니라 그런 선물을 선생님에게
전달했다간 오히려 무식하고 교사를 깔보는 일로 오해받을 것이다. 몇 년 전 이곳에서 생활하시던
한국분 한 분이 나에게 선물에 대해 상의한적이 있다. 잘 아는 분이 출산을 했는데 어떤 선물이
좋은지와 선물의 가격에 대해서. 우리와는 다른 선물 문화를 가진 곳이라 혹시 비싼 선물로 상대방의
기분을 상하게 하면 어쩔까 하는 마음으로 내 의견을 물었던 것 같다.
네덜란드인들이 주고받는 선물은 우리가 주고받는 선물에 비해 아주 소박하다. 우리가 생각하면
아주 구질스럽고 이런 것이 선물이 될 수 있을까 하는 것도 이곳 사람들은 받은 선물에 대해 아주
소중하게 생각하고 주고받는다. 정성어린 선물이 더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런 선물 문화를
가진 사람들이라 학교선생님의 선물도 예외일 수는 없다. 선생님에게 선물한다는 것은 감사에 대한
성의를 표시하는 것이지 아이들의 성적을 위하거나 자신의 부를 자랑하려고 선물을 하지 않는다.
할 수도 없다.
스승의 날이 제자가 스승의 은혜에 감사하고 존경한다는 뜻으로 제정된 날이라고 알려졌듯이 비싼
선물로만 감사의 마음을 표현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선물을 주고받는 사람들의 정성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우리나라에서 일어나는 일부 학부모, 교사들의 바르지 못한 행동은 돈으로만 모든 것이 해결된다고
믿는 우리나라의 사회풍토가 만든 것이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는 말이 있듯이 사회 큰
영향력을 가진 사람들의 비리에도 우리나라 선물 문화에 큰 책임이 있지 않을까.
그들의 올바르지 못한 태도가 결국 이런 사회풍토를 조성시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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