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고등학교 다닐 때 독일어 시험을 치르고 받은
점수에 동의할 수 없어 선생님을 찾아간 적이 있죠.
독일에서 십 년 정도 생활을 했던지라 큰아들은 독일어를
모국어인 네덜란드어만큼 잘합니다. 자식 자랑하면 반병신
이라고 말하는 것 같던데 오늘은 반병신이 되어야겠습니다.
이곳에서 고등학교에 다닌다는 것은 대학입학이 가능하다는
것이고(물론 졸업 성적이 5.5 이상이 되어야 입학 자격이
주워집니다/우리나라 점수로는 55점이 되겠네요.) 학생들은
제2외국어로 영어, 불어, 독일어를 중고등학교에 다니면서
배웁니다. (고대 그리스어나 라틴어를 제2외국어로 공부하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독일어 시험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에 단어를 외워 시험을 치르기도 하지요. 아들은 독일어
시험을 보면서 비록 교과서에는 나와있지 않지만 일상생활에
사용되는 단어로 답안지를 채웠지요. 아들의 생각엔 교과서에
언급된 단어들은 실생활에서 잘 사용하지 않는 단어라 그런
것보다는 뜻도 같고 일상생활에 자주 사용하는 단어를 적었던 것입니다. 하나 독일어 선생님은
교과서에 나와있지 않은 단어를 답안지에 적은 아들에게 아주 낮은 점수를 줬지요. 교과서에 나와
있지 않는 단어를 인정하지 않았던 것이지요. 이에 분개한 아들은 다른 독일어 선생님, 코디네이터
(이곳에는 담임선생님 외에 학년마다 코디네이터로 지정된 선생님이 있습니다. 이분을 통해 학생들은
그들의 문제점을 호소하고 같이 해결책도 찾아요.), 교장선생님까지도 만났지요. 자신은 틀린 단어를
사용하지 않았다는 것을 밝히고자.
결국, 고집불통이었던 독일어 선생님은 아들의 점수를 다시 고쳐줬지요.
제가 아들의 예를 든 이유는 우리 사회는 질문을 잘 하지 않는다는 인상을 받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윗사람, 나보다 지위가 높은 사람들에게 질문이나 잘못된 것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죠. 언젠가
네덜란드 대학생이 우리나라 유명한 대학교에 한 학기 교환학생으로 지내면서 느낀 점을 쓴 글을
본 적이 있습니다. 한국 학생들은 교수님에게 질문을 하지 않는다는 말이었습니다. 한국학생들은
무조건 교수님 말에 동의하는듯한 인상을 그 학생은 받았다고 합니다. 강의 중 교수님께 말을 한 사람은
자기 자신뿐이었다고 말하더군요. 이곳에서 성장한 한 학생의 눈에는 그런 학생들이 이상하게 보였던
것입니다. 이곳은 교실에서만 질문, 토론이 이루어지지 않지요. 노사관계도 마찬가지입니다.
대화, 토론으로 노사문제점을 해결하고자 합니다. 기업인, 정치인, 노조대표자들이 밤을 새워가며
머리가 박터지게 싸웁니다. 비록 그 해결책이 모든 이에게 만족을 줄 순 없지만 질문과 그 질문에 대한
토론으로 얻는 해결책이라 만족들 하지요. 질문과 대화 없는 사회, 토론문화 형성되지 않는 사회 결국
고인 물과 같이 썩어버리겠죠.
제가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을 보면서 눈여겨보고 들었던 말과 장면들이 있습니다.
그 명언 중에 다산 정약용 선생님이 유생들에게 논어의 위정편을 들어 말하면서
군자는 한정된 그릇이 아니고 갇혀 있는 그릇처럼 편견에 치우쳐도 안되다고 말하죠.
스승의 엉터리 수업에 모두 재미있다고 말하며 한 마디 질문을 던지지 않은 유생들에게 불통을 주고
수업에 불만을 토했던 이선준에게 통을 줬죠.
불만을 말하는 유생을 진정한 제자라 인정하는 자세도 중요하지만 엉터리 수업에 만족하지 않는 학생의
자세 또한 칭찬할만하지요.
스승은 말합니다.
“불만 있으면 언제든 찾아와라
한 학기 동안 우리도 박터지게 싸워보자.”라고.
스승이던 직장의 상사던 지위가 높은 사람이던 언제든지 찾아가 토론하고 박터지게 싸울 수 있는 사회
좋을 것 같습니다.
우리도 한 번 박터지게 싸워봅시다.
질문으로 통을 받는 선비 이선준처럼 우리도 질문하여 통을 받을 수 있는 사회 만들어봄이 어떨까요?
고여 썩어지는 물이 아닌 깨끗한 물을 위해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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