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 여행기]
외국에서 만나는 한국어는 언제나 반갑다.
포르투갈과 시칠리아를 여행하면서 특별하다고
느낀 것이 있다면 두 나라 사람들이 책을 무척
좋아하고 즐겨 읽는다는 것이다. 어지간한 서점이
아니면 보기 드문 단테, 니체 그리고 네덜란드
인문학자 에라스무스의 서적들을 노점상인들은
마치 당연한 것처럼 진열해놓고 있었다. 그뿐만
아니다. 네덜란드 서점에서는 주문해야 겨우
구할 수 있는 책들도 노점상인들이 진열해 놓은
책들 속에 발견할 수 있었다. 그것도 페이퍼북이
아닌 하드커버의 멋진 책들이.
포르투에서 숙소로 정한 호텔이 있었던 곳은 메인
스트리트라 어딜 가기에는 무척 편했다. 낡아
삐거덕거리는 엘리베이터가 맘에 걸렸지만. 아침
호텔을 나오니 앞 광장에 여러 개의 컨테이너가
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자물쇠로 채워진.
저게 뭘까? 무슨 전시회라도 하는 걸까? 아니면 우리식 포장마차일까? 그러나 내가 궁금해하던
시청 앞 광장의 컨테이너들은 우리식의 포장마차도 아니고 물품을 보관하는 창고도 아닌 저녁마다
책을 파는 서점이었다. 오후 5시쯤 직장인들이 퇴근할 즈음 문을 여는 컨테이너 서점들은 자정이
훨씬 지나 문을 닫는다.
이 컨테이너 서점을 찾는 사람들도 다양하다. 심오한 철학 서적을 구경하는 젊은 층이 있는가 하면
마치 가족소풍이라도 온 듯 온 가족이 함께 책 구경을 하는 사람들, 나이 지긋이 든 분들의 여행 책에
몰두하는 모습은 어느 나라에서도 볼 수 없었던 특이한 광경이었다. 포르투갈인들은 책을 무척 좋아
하는 사람들 같았다. 저녁마다 문을 여는 서점엔 항상 인파로 북적거렸으니.
컨테이너 서점에 진열되어 있던 책들이 전부 포르투갈어로 되어 있었던지라 그곳에서 책을 살 수는
없었지만, 컨테이너에 적힌 눈에 익은 글자가 띈다. “도서”라는 반가운 한국어. 중국어, 일어, 영어,
독일어, 프랑스어 등 세계 각국의 언어로 쓰인 책이라는 단어에 “도서”라는 한국어도 있었다.
외국에 살면 모두 애국자가 된다고 하던가. 한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한국의 물품을 만나거나
한국어 광고 등을 보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이 "도서"라는 글자를 보는 순간 또 한 번 느끼는 감정
그것은 나는 내 나라를 사랑하고 있구나 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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