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가 지금까지 외국에서 생활하면서 가장
견디기 어려웠던 점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그건 이곳의 기후라고 말할 것 같다
. 다른
분들은 한국의 음식
, 언어로 외국생활이
어렵다고들 말하던데 나는 음식이나 언어로
크게 고생해 본 적은 없다
. 그런데 외국기후에는
정말 적응하기 어렵다
. 나만 이 나라 기후에
적응하지 못하는 게 아니라 여기서 태어나 성장한
네덜란드인들도 이곳의 이상한 기후에 잘 적응하지
못한다
. 일 년의 거의 절반을 비와 회색 구름을 보고
사는 사람들이라  만나면 하는 인사의 첫 마디가
기후에 관한 것이다
.
오늘은 몹시 춥네, 내일은 좀 따뜻해질까?,
비는 언제쯤 그칠까?.”

한국의 비에 대한 나의 기억은 그리 나쁘지 않다. 비가 와도 우산을 쓰고 잘도 다녔고
오히려 빗속을 걷는다는 것을 일종의 낭만적인 일이라고 생각했으니
. 하나 이곳에서
비가 오면 낭만적이라는 생각보다는 지긋지긋하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

언젠가 남편과 심한 말다툼을 한 적이 있다. 살아가면서 부부싸움 하는 게 그리 이상할
것은 없지만 지금 생각해도 그날 우리는 아주 심하게 싸웠다
. 남편과 말다툼하고 나서
나는 가방을 싸고 집을 나왔다
. 물끄러미 나를 쳐다보던 남편을 뒤로 두고. 분명히 집을
나설 때 나를 반겨줄 곳이 많이 있을 것 같았는데 막상 집을 나오니 갈 곳이 없었다
. 비는
부슬부슬 오고 늦은 밤이라 적당히 갈 곳이 생각나지 않았다
. 한국 같았으면 친척이나
부모님 집 아니면 하다못해 여관이라도 같겠지만 이곳은 대도시가 아니면 호텔도 귀하고
그렇다고 우리처럼 밤늦게까지 문을 여는 백화점도 없으니 어디로 가야 할지 막막했다
.
눈물 흘린 얼굴로 친구에게 갈 용기는 더더구나 나지 않았다. 마치 지구 위에 나 혼자만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 외국생활하면서 그때처럼 외롭다는 생각을 아직 한 번도 한 적이
없으니 그날 밤 나는 아주 외로웠고 내가 외국 땅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절실히
느낀 날이었다
.

몇 시간을 거리를 헤매다 찾아간 곳은 큰형님댁. 늦은 밤이었지만 염치불구하고 초인종을
눌러 하룻밤 자고 가겠다고 하니 금방 알아차린다
. 집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그다음은 어떻게 되었느냐고요.
형님한테 전화를 받은 남편이 저를 찾아왔지요.
무릎을 꿇고 빌었는지는 여러분의 상상에 맡기겠습니다.
아무튼 자기가 잘못했다고 말은 한 것 같아요.
 



30년이 조금 넘는 결혼생활을 하면서 나는 딱 한 번 가방을 챙겨들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것처럼 집을 나섰다
. 말해두지만 이 짓은 한 번이면 족합니다 누구를 막론하고. 저도 두 번
다시 갈 곳이 없어 방황하는 사람 되긴 싫어요
. 하긴 이제 가방을 싸서 집을 나서는 방법보다
더 좋은 방법을 터득했으니 가방을 챙길 필요조차 없지만요
. 그것은 집 나가는 대신 집에
머무르는 것입니다
. 이 방법이 훨씬 편하고 좋아요. 혼자 거리를 방황하지 않아도 되고 외로움도
느끼지 않아도 되는 아주 좋은 방법입니다
. 그리고 어디를 갈까 걱정할 필요도 없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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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femk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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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알 수 없는 사용자 2011.02.26 00:4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ㅋㅋㅋㅋ 아~ 왠지 공감이 가네요...
    ㅋㅋㅋ
    암튼 부부라도 싸우게 마련이지만 너무 크게 싸우진 말아야죠^^

  3. 폼홀릭 2011.02.26 12:2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인사 드립니다.^^
    결론내신 답이 워낙 간단하고 명료해서 순간 웃음이^^

  4. 미스터브랜드 2011.02.26 14:3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 외국에서는 집 나가면 갈 곳이 없다는게
    실감이 날 것 같습니다. 저녁 시간만 되면
    우리나라처럼 문 여는 곳이 거의 없으니 말이죠.

  5. 호미 2011.02.26 21:5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여자는 다 똑같나봐요 결혼한지 35년~ 신혼초에 남편과 싸워 갈곳은 없고
    시삼촌 집에 3일 있다가 온 기억이 나네요 그때는 왜 그렇게 싸울일이 많던지ㅋㅋㅋ

  6. amabella 2011.02.26 22:2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렇게 도움이 되는 글이 많으니
    블로그안의 이야기들..
    외국에서 필요한 현실적인 내용이 굿입니다.

  7. 법률로그 2011.02.26 22:5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부부싸움하면 지인이나 친척집으로 가면 일단은 좋은 피난처이지만
    우리나라에선 일시적으로 비밀로 해주는 인정이 남아있지요.
    그게 좋은지 , 그렇지 않는지는 상황에 따라 다르지요.

  8. 해바라기 연가 2011.02.27 15:5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 해외에 사시는 분들 부부싸움하여 갈곳이 없을 때 이래저래 서럽겠습니다
    펌께님은 집나가지 않는 좋은 방법을 터득하셨다니 다행입니다 ^^*

  9. 맛돌이 2011.02.27 17:5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알콩달콩 살아야죠.
    때로는 참는것도 가정의 화목을 위해서 좋습니다.
    에휴~
    살다봄 벼라별 일 많잖아요.

    화가 가라앉은 다음
    얘길하면 대부분 다 서로들 이해를 한답니다.

    행복한 나날들 되길 빕니다.

  10. Lipp 2011.02.27 23:4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외국생활의 어려운점 중에 하나가 아닐까 싶어요...

    저도 기후가 힘들어요. 다른건 별로 어려움이 없는데 날씨로인해 기분이 다운되는 때가 많아서요 ..
    한국에 있을땐 겨울을 좋아했는데 지금은 무조건 여름입니다. ^^

  11. 신기한별 2011.02.28 10:3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외국의 경우, 단독주택이고 시내로 나갈려면 시간이 좀 걸리니;;
    갈곳이 없는 것 같아요.

  12. 미자라지 2011.02.28 12:3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누군가에게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외국에서 살면 의지할 사람이 배우자뿐이니 더 잘 이해하게 된다고요...ㅋ

  13. 아하라한 2011.02.28 15:1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희 고모도 독일에 계신데...
    아버지에게 가끔 부부싸움하면 전화오더라구요...

    아...근데 네덜란드도 날씨가 그닥 좋지는 않은가 봅니다.
    저는 런던 날씨 않좋다는 이야기 듣고 갔었는데 막상 제가 있는 동안은
    날씨가 너무 좋았거든요...^^

  14. 아딸라 2011.03.01 22:2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렇네요. 어딜 나가는 건 자해죠 - ㅎ
    항상 행복하세요, 팸께님 ^ ^

  15. 카타리나^^ 2011.03.02 11:4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제 친구는...한국인데도
    부부싸움하면 갈곳이 없다고 투덜 투덜 거려요 ㅎㅎㅎ

  16. 레오 ™ 2011.03.02 16:5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나가면 갈 때 없는 분들의 묘수는 ...내 쫒는 겁니다 ^^

    외국생활이 뼈저리게 외로운 이유가 있었습니다 늘 건강하십시요 펨께님 ~

  17. 알 수 없는 사용자 2011.03.02 22:3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래만에 와봤네요.

  18. 알 수 없는 사용자 2011.03.03 13:3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네델란드 날씨가 그렇군요.
    그러고보니 날씨로 보자면 한국은 축복을 받은것 같아요.

    음..정말 네델란드 나오면 갈데가 없겠어요.
    한국은 마음만 먹자면 갈데가 아주 지천인데요.
    여성이나 남성이나 집을 먼저 나가는 사람이 불리한 구조란걸 느낍니다.ㅎㅎ

  19. 알 수 없는 사용자 2011.03.06 11:5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많이 바쁘신 모양입니다~?
    편안한 시간 보내세요~

  20. 라오니스 2011.03.07 19:0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말못한 외로움(?) 그런게 있으시군요...
    네덜란드 기후가.. 흐릿하군요..
    꽃도 피고 그래서. 맑을 줄 알았어요.. ^^

  21. 알 수 없는 사용자 2011.03.11 03:1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너무 이해해여 ㅎㅎ

    저는 그래서 절대로 부부싸움하고 방을 못나가게 해여, 남편도 저도 ㅎㅎ

    정말 좋은 방법입니다, 나가지 않고 집에 있는 거 ^^*

    편안한 저녁시간 보내시길 바래여, 펨께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