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시선으로 한국 바라보기
진중권의 저서 호모 코레아니쿠스는 2007년
출판된 책이었다. 한국 진보진영의 아이콘이
라고도 부르는 저자의 글을 접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시칠리안가 여행 중 접한
임재범 나치 퍼포먼스를 두고 열띤 논쟁이
인터넷을 달구던 그때가 내가 처음 진중권의
글을 읽었던 것 같다.
80년대 시작한 나의 외국생활은 근 삼십 년
동안 한국문화와 정치에 단절된 상태였다. 외국생활 초기 한 달에 한 번씩
시사잡지, 문학 서적을 보내주시던 아버님마저 세상을 떠나자 그나마 내가
조금씩 알고 있던 한국의 모습은 내게서 점차 멀어졌고 그래서 많은 이가
알고 있는 진중권을 지금에서야 알아가고 있다.
흔히들 그러지 않던가. 외국을 나가면 누구나 애국자가 된다고. 이 말은
또한, 외국에서 생활하면 그것이 유학생의 신분이든 여행자든 혹은 주재
상사로 근무하는 사람이던 본토에 사는 사람보다 자신이 속한 나라를
이방인의 시각으로 바라볼 기회가 많고 또한 많은 이들이 그렇게 한다는
뜻도 포함되어 있다. 특정 공동체의 한 일원으로 무의식적으로 행한 행동
마저 그 원인과 장단점을 들여다보는 일이 많이 있다.
저자: 진중권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아직도 내가 한국적인 습성을 지니고 있는지를 생각
했다. 잘은 모르겠지만, 나의 사고방식이나 행동 어느 곳엔 분명히 한국적인
습성을 지니고 있으리라. 그래서 저자가 지적하는 한국사회, 한국인 소위 이
책이 말하는 한국인이지만 낯선 시선으로 한국인을 해부한다에 별 놀라지
않았다.
책의 카리스마 부분 중 한국사회는 사회적 문제를 합리적으로 해결하는데
익숙하지 않으며 또한, 사회는 원인을 밝히기 전에 범인부터 지목하려 한다고
언급한다. 이것은 사건의 원인보다는 결과를 중요시하는 한국사회를 말한다.
일등만능주의, 저자가 말하는 수직적 위계가 우선인 우리 사회의 모습의 한
부분이다. 서구사회의 근대화는 오랜 시간을 걸쳐 이루어졌고 그 때문에 원인을
분석할 충분한 시간이 가졌지만, 한국의 근대화는 너무나 짧은 기간 이루어져
원인을 미쳐 분석할 시간마저 없었던 것이다. 따라서 원인분석보다는 결과를
중요시하는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병이 생긴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약점과 단점이 밝혀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아마 이
책도 몇몇 사람에게는 무척 불편함을 줬을 것이고 사실 그랬던 것 같다. 누가
자신의 치부가 세상에 밝혀지기를 바라겠는가. 하지만 약점과 단점을 밝히는
것은 누군가에게 돌을 던지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고치기 위해서는 약이 필요
하다는 것 아니겠는가.
호모 코레아니쿠스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부드러운 언어의 책이다.
근래 본(미학에 관한 글을 제외하고) 그의 논쟁을 생각하면 책을 읽으면 상당한
불편함도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믿었지만 실상 이 책은 그 정도는 아니다. 책을
읽는 동안 저자가 이 책을 선거가 있었던 올해 썼다면 과연 어떤 식으로 한국
사회, 한국인, 한국언론 등을 말했을까 하는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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