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나움(St. Naum) 스프링스, 생태관광 명소


오흐리드 호에서 배를 타고 약 1시간쯤 가면 성 나움(혹은 스베티 나움)

이라는 수도원이 있다. 작은 섬인 이곳엔 유명한 성 나움 수도원과 

스프링스라는 호수가 있다. 오흐리드 호도 그렇지만 스프링스 호에서는 

낚시, 수영 그리고 모터보트는 금지다. 그래서 오흐리드에는 생선요리가 

비싸 다들 오흐리드에서 가까운 알바니아로 생선요리를 먹으러 간다.


오흐리드 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수도원이 있는 곳에 도착했다. 한데 수도원의 

모습도 모습이지만 어딘지 모르게 눈에 익은 풍경이 내게 보인다. 마치 여름 

폭포 밑 물 흐르는 곳에 평상을 펴고 마실 것과 전을 파는 그런 풍경 말이다

이곳에서 전이나 막걸리를 팔 리는 없고 아무튼 수도원은 뒤로하고 그곳을 

먼저 간다. 내가 본 풍경은 평상은 물론 아니었고 호수 위의 음식점들이었다

아마도 그때 내가 우리나라 여름 계곡에서 자주 본 평상이 그리웠든지 아니면 

몹시 배가 고팠는지 둘 중 하나였을 것이다.


마케도니아인들은 자국의 자연, 음식, 생산품에 대단한 긍지를 가지고 있다

스프링스 호에서 만난 알렉스라는 청년도 마케도니아 정치, 정치인에 대한 

불만은 컸지만, 스프링스 호에 대해서는 엄청난 자부심을 품고 있었다. 30

분간 작은 보트를 타고 호수를 둘러보는 동안 그가 말하는 마케도니아의 

자연과 스프링스 호에 관한 이야기는 오랫동안 내 기억 속에 머무를 것이다

그와 보낸 30분이라는 짧은 시간이지만 스프링스 호는 내게 자연으로 돌아

가는 기회를 줬고 자연은 위대하다는 말만 건성으로 토해내는 우리가 부끄

러울 지경이었다. 자연은 우리에게 이런 큰 선물을 주는 대신 우리가 자연에 

되돌려 주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점을 생각하면 말이다.






















이탈리아에서 생물공학을 전공했으나 지금은 마케도니아 다른 청년들처럼 

전공과는 상관없이 여행 가이드로 일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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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femke


마케도니아 여행기, 갈리치차 국립공원

이솝우화의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


오늘은 가이드와 함께 갈리치차 국립공원(Galicica National Park)을 간다

이곳은 해발 2,254m의 높은 산으로 유럽에서는 보기 드문 희귀한 동, 식물

들이 생존하는 곳으로 마케도니아를 찾는 사람들에게 인기 있는 국립공원

이다. 나는 산보다 바다를 좋아하고 또한 등산보다는 걷는 일에 익숙하다

따라서 내게 산을 오른다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오흐리드는 아직 관광 면으로 유럽 다른 여행지보다 덜 발달되었다. 그리

하여 순수함도 지니고 있지만 적당한 관광코스나 가이드를 찾는 게 쉽지 

않다. 수십 명이 같이 움직이는 여행도 싫지만 그렇다고 혼자 가이드와 

명소를 방문한다는 것도 사실 조금 부담스럽다. 경제적인 면에서. 오흐리드 

길을 산책하다 보니 갈리치자 국립공원에 대한 안내가 있었다. 삼 사명 

정도 같이 가면 좋을 텐데 내가 가고자 했던 날은 아무도 그 공원을 가지 

않는가보다. 하여 나는 혼자서 가이드 나디아와 함께 국립공원을 가야 

했다등산 경험도 별로 없고 등산화도 집에 두고 왔다고 했더니 나디아가 

웃으면서 말한다. 걱정하지 말라고. 내 템포에 맞춰 등산할 것이고 등산화는 

자기가 준비하겠다고.





다음 날 아침 9시가 조금 지난 뒤 나디아가 헐레벌떡하며 온다.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네덜란드 여행자는 시간관념이 철저한 줄 알고 미리 나왔는데 

내 숙소를 빨리 찾지 못해 조금 늦었단다. 그럴 수도 있지. 내 숙소가 호텔도 

아니고 이름도 별로 알려지지 않은 호스텔 비슷한 곳이었으니.


나디아는 대학을 졸업했으나 직장을 구하지 못해 등산 가이드로 일하고 

있었다. 마케도니아에서 만난 청년들 대부분이 나디아처럼 직장을 구하지 

못해 전공과는 다른 일을 하고 있었다. 산이 좋아 등산 가이드를 한다는 

나디아 그러나 철두철미한 직업의식을 가진 그녀는 헐떡이며 산을 오르는 

나를 한 번도 싫은 표정을 짓거나 서두르라는 말 한마디 하지 않고 묵묵히 

종일 내 동반자가 되어줬다.


헤어질 때 내가 그녀에게 물었다. 혹시 이솝의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를 

아느냐고. 웃으면서 내게 묻는다. 오늘 토끼가 되고 싶었냐 아니면 거북이가 

되고 싶었느냐고. 인생에서는 거북이가 되고 싶지만, 오늘은 어쩌면 토끼가 

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고. 그리곤 나디아에게 말했다. 오늘은 당신이 

이솝우화의 게으른 토끼가 아닌 아주 성실한 토끼였다고.




갈라치차 산밑까지 우리를 데려다 준 네덜란드에선 보기 드문 앤틱 자동차

메르세데스 벤츠나 BMW보다 더 멋지다고 했더니 아저씨가 웃는다. 이 

아저씨도 등산 가이드인데 오늘은 기사 일한다고 한다.




당나귀도 아무것이나 먹지 않는구나. 세 번 시도한 끝에 겨우 당나귀의 시선을 

끌게 한 잡초. 정원에 이런 잡초가 나면 우린 죽으라고 뽑는데 이게 당나귀의 

귀한 음식이었네.

























나디아와 나의 브런치. 12시가 조금 안 되었으니 브런치였지. 난 그저 물과 

바나나 그리고 뮤즐리바 몇 개 들고 왔는데 나디아는 마케도니아의 맛있는 

토마토네덜란드 소시지 빵과 비슷한 빵, 페타 치즈, 커피 그리고 알코올 

농도가 엄청 짙은 마케도니아 전통 술 라키야(Rakija)까지 준비해왔다. 한 잔 

마시면 난 뻗어 못 일어난다고 말하니 깔깔거리며 웃는다. 술도 한 잔 못 

마시느냐고아니 지금 시계가 몇 신데 벌써 술타령이냐고 했더니 마케도니아인은 

아침 식사 때 라키야를 마신다고 한다. 하기야 예전 네덜란드 할아버지들도 

그랬지. 그래서 사람 사는 곳은 같다고 하지.


나디아 말로는 이곳엔 세 종류의 뱀이 있단다. 하지만 물려도 목숨이 위태로울 

그런 뱀은 이곳에 없으니 걱정하지 말란다. 뱀 보면 걸음을 날 살리라고 도망칠 

텐데 이곳은 도망갈 곳도 없어. 전진 아니면 후퇴밖에 없어. 하지만 등산하는 

동안 단 한 마리의 뱀도 만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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