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 여행기]
포르투갈에서 만난 안티 글로벌리스트
포르투갈과 시칠리아 여행을 하면서 느낀 것은
내가 어디에서 왔느냐고 질문하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는 것이다. 대체로 유럽을 여행하면서 만난
사람들은 내가 어디에서 왔는지 혹은 중국인이지
아니면 일본인이 아니냐고 궁금해하던 사람들이
많았던 것에 비교하면 포르투갈과 시칠리아에서
만난 사람들은 그런 질문을 하지 않았다. 어디에서
왔는지는 이곳 사람들에겐 별로 중요한 문제가 아닌
것 같았다.
포르투(Porto)에서 만난 청년 중에 내게 아주 깊은
인상을 남겨준 사람이 있다. 브라질 대학생으로 현재
포르투 대학교에서 법과 경제학을 공부하고 있다는
두 대학생과 슬로바키아에서 포르투갈어를 전공한다던
슬로바키아 여대생 그리고 포르투광장에서 만난 안티 글로벌리스트 소크라테스. 포르투에서 만난
반세계화 운동가 소크라테스의 원래 이름은 소크라테스가 아니었다. 그의 이름이 무척 길었고 생소한
포르투갈 이름이라 그와 이야기 나누던 중 문득 생각난 이름이 소크라테스였고 그리하여 그를 그렇게
불렀다. 플라톤이라고 부를 수도 있었겠지만 지금 생각해봐도 내가 왜 그를 소크라테스라고 불렀는지는
모르겠다. 아마 그를 보면서 플라톤의 소크라테스의 변명이 생각나서 그렇게 불렀던 것 같다.
광장을 지나가다 보니 여러 명의 젊은이가 공차기하고 있었다. 그때 눈에 띈 현수막. 걸린 현수막에는
달러, 엔 그리고 유로 표시가 되어 있었고 지도위에는 바늘이 꽂혀 있었다. 바늘이 제일 많이 꽂힌 대륙은
서유럽과 북미 그리고 일본. 포르투갈어를 모르는지라 현수막에 쓰인 글들이 무슨 의미며 당신은 지금
무엇을 위해, 무엇에 투쟁을 벌이고 있느냐고 물었다. 그의 대답은 지극히 간단했다. 그는 반세계화 운동에
참여하고 있단다. 그리고 소크라테스가 나에게 묻는다. 어디에서 왔느냐고. 네덜란드에서 온 한국인이라고
나를 소개했다. 이 말이 끝나자마자 둘이 같이 쳐다본 세계지도위에 있는 네덜란드와 한국. 다른 서유럽
국가와 마찬가지로 네덜란드에도 바늘이 꽂혀 있었다. 나와 소크라테스는 서로 한동안 바라보다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아직 한국에는 바늘이 하나도 꽂혀 있지 않음에 안도의 숨을 쉬었다. 다행이라는 뜻이리라.
만약 한국에 바늘이 꽂혀 있었다면 나는 그에게 이에 대해 어떤 설명을 했을지는 상상이 되지 않는다.
아무튼, 나는 포르투에서 반세계화운동에 참여하는 한 청년을 만났고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와 진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소크라테스 덕분에 나의 포르투갈 여행이 더욱 풍족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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